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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네부엌' 그동안 고마웠어~

에이미 | 2018.03.28 17:24 | 조회 1191

안녕 동네부엌그동안 고마웠어~

 

일하는 엄마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이 제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것이였습니다.

바로 해서 먹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 것이 음식인데 조금씩 자주 해먹이자니 손이 너무 많이 가고, 많이 만들어 두자니 신선도가 떨어지고 게다가 지지고 볶는 것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은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해 먹이기에 결코 쉽지가 않은 음식들이지요.

, 누가 국만이라도 끓여주면 좋겠다.”

나는 나물 무치는게 너무 힘들어. 장보기도 힘들고, 사놓고 썩혀서 버리는 것도 정말 아까워.”

반찬가게 음식들은 왜 하루만 지나도 물러 버리는 거야. 게다가 조미료도 너무 많이 넣고……. 좀 비싸더라도 그냥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만들어서 팔아 주면 좋잖아.”

엄마들이 모여 쌓아놓았던 의견을 취합하여 솜씨나는 마법사의 집 주방에서 만들어 마포두레생협사무실 한켠에 놓고 나누어 가져가던 반찬들 마포두레생협 조합원들의 지원활동으로 시작 동네부엌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7명의 출자자들과 경영을 책임지기로한 에이미를 필두로 20036평의 좁은 가게를 마련하여 조합원과 직접만나기를, 그리고 마포두레생협 매장옆으로 18평가게로 가는 꿈을 이루고, 소풍가는 고양이의 멘토역할을 하고, 식품제조업으로 공장등록을 하였으며, 코노니아와 협업도 진행했습니다. 2017년 소행주4호 입주후 다정한마켓에서 1년 위탁운영도 해보며, 힘들어도 버텨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야말로 정성과 세월로 빚어진 공간 동네부엌입니다.

취나물과 호박볶음, 가지나물이 정말 맛있어요.”

집에서 요리할 때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해서 그런지 국물 맛이 아주 깊어요.”

뭐랄까,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에요. 처음에는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아주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원래 재료가 갖고 있던 맛이 살아나면서 감칠맛이 느껴져요.”

이렇게 건네받는 조합원들의 칭찬 한마디 한마디를 보람으로 삼으며, 힘든 것 잊게 해주었던 말들....

동네부엌은 우리 동네의 사랑방이자 참새방앗간이죠. 함께 사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간식도 나누어 먹고, 저녁 밥상에 올라갈 반찬도 챙기고…….”

부엌일 하는 시간이 적어지니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줄 수 있고요.”

출장이 잦은 남편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지금은 월 회원으로 있어요. 집에서 해먹을 때보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을 수 있고, 음식량이 다소 모자란 듯해서 음식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요.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인데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동네부엌은 이렇게 사람들의 식탁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했다는 자부심이 생겨나고, 처음 아빠들은 밥준비는 가정교육인데 어쩌구 하며 동네부엌의 획일적인 반찬들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후 자연스럽게 동네부엌문턱을 오르내리게 되었었죠. 동네 사람들은 이제 밖에서 밥을 사먹기 보다는 집에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먹고, 동네부엌에 들러 이웃의 소식을 주고 받고, 가사 부담이 적어지면서 여성들의 취업이나 자아 찾기가 가능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은 힘들지만 새로운 자기 인생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어른들 올라오셨는데 급하게 반찬차려 내야할 때 달려와주시고, 솜씨 없는데 동네부엌덕에 집들이 한상 차림이 부담없어졌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로서 여성의 삶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동네부엌을 지키고자하였습니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에게 동네부엌은 반찬가게 그 이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동네부엌만의 영원한 간식 떡꼬치, 성미산학교의 전신인 미소학교로 이동급식, 또한 성미산학교준공과 함께 위탁급식을 실행했고, 아이들 소풍을 위해 김밥을 준비해야 할 때, 마을축제나 마을의 총회등 잔치가 있을 때 나누었던 소머리국밥, 대형비빔밥, 잔치국수, 마을운동회때의 해물파전등등

아이들은 동네부엌에서 적립금으로 간식을 사먹고, 엄마 아빠의 귀가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찾아와 저녁을 먹었던일, 생협 생산지의 적채 생활재 활용을 위한 특별기획전을 펼친일, 김장속재료 판매개시, 보름나물셑트 명절과 절기마다 알려주는 음식들, 말 그대로 동네의 부엌역할을 하며, 그리고 그 모든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나누고자 책으로 엮어서 마을극장에서 마을잔치 같은 출간기념회을 하던날, 엄마의 배속에서 있던 지원이의 돌잔치상을 동네부엌에서 차려내던 일, 동네의 먹거리와 함께하는 일들에는 15년동안 동네부엌이 같이했던 재미있고 소중한 역할과 노력들이 기억납니다. 참 많은 일들을 해냈네요.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도전과 꿈이였던, 뿌듯하고도 보람있는 시절이였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동네부엌은 매장에서 월회원도 만나고 서로 얼굴이 보이는 관계로 사랑방처럼 시작했지만 치솟는 임대료와 불경기를 감당하기 힘들어 골목안쪽으로 들어와 제품생산만 하는 생산자로 남아 일방적인 구매자로서의 요구만을 따라잡기에는 외롭고 힘든 길이였고, 가뜩이나 비싼 식재료로 해가 갈수록 더해가는 경제적 압박을 견뎌내는데 많은 어려움이 또한 있었습니다.

어느새 아토피로 고생하며 유정란과 동네부엌반찬을 먹기시작했던 5살 꼬맹이는 마을의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함께 비젼과 꿈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떠난 자리에 다시 찾아왔을 때 익숙한 고향과도 같은 공간으로 지켜내고 싶었는데 좀더 잘하고 싶었는데 잘하지못한 후회, 아쉬움과 서운함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주책없는 눈물 방울이 자꾸 주르륵 뺨을 내달리네요.

동네부엌은 없어지지만 전국의 많은 마을에서 동네부엌이란 이름과 정신은 널리 퍼져나가 일하는 엄마들의 시름을 덜고, 여성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주며,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마을의 관계망속에서 이어져 갈 것을 믿고 이제 동네부엌을 정리하려 합니다.

동네부엌의 첫걸음 초기에 힘 실어준 오소리, 엄지, 돌고래,바람,청바지,지구인등 7명의 출자자, 운영하는데 큰 힘을 실어 주었던 생협 실무자분들과 해기, 이현정팀장,그리고 1년을 약속했는데 15년을 함께곁을 지켜주신 대장금, 지금은 든든한 힘이 되고있는 소행주 엄마들, 그리고 1년간 맡아 운영했던 다정한마켓과 아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이용해주신 이정인님을 비롯한 월회원님들 옆에서 따뜻한 미소로 보아주고 챙겨준 소풍가는 고양이 씩씩이와 차차 그대로 이홍표사부, 박짱 등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

 

 

 

동네부엌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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