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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두레생협 2017 미니데이케어 참관 후기

김영진 | 2017.11.28 08:50 | 조회 959



   아버지 1주기 기일이 다가오던 지난 여름, 장 보러 나갔다가 생협 앞에서 강경미 팀장님을 만났다. 더운 날씨에도 그 특유의 환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미니 데이케어’ 프로그램을 열심히 소개해주시기에 선뜻 어머니 이름을 등록하였다.

  
파킨슨과 각종 노환으로 아버지가 나뭇잎처럼 말라서 91세로 영면하실 때까지 어머니는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면서 아버지 병구완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60년 넘게 해로하셨고, 원하시던 대로 안방 침대에서 잠자듯이 돌아가셨으며, 신앙심도 강하시고, 성격도 워낙 덤덤하신 편이라 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오랫동안 슬퍼하실 줄 몰랐다. 외출에서 늦게 돌아와 혼자 훌쩍이고 계시는 모습을 몇 번 보고서 나는 어머니가 점점 걱정이 되었다.

  
식사량도 현저하게 줄고, 재미가 없다고 TV도 잘 안보시며, 가족 외에는 찾아오는 방문객도 거의 없고, 무릎 관절염이 심해 외출도 잘 못하시니 어머니는 집 안에서 혼자 갇혀 지내시는 것과 다름 없었다. 복지관의 데이케어 프로그램 얘기를 슬쩍 꺼내봤지만 어머니는 완고하게 거부하셨다. 그러던 차에 고맙게도 울림두레생협의 미니데이케어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우선 장소가 집에서 가깝고, 활동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제일 걱정하시는 비용 부담이 전혀 없기에 잘 설명드리고 설득하여 어머니도 결국 참가하시기로 결정하셨다.

  
드디어 7월 중순 미니데이케어 첫날, 좀 긴장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서교주민센터로 향하였다. 부부를 포함하여 열 분 가까이 되는 어르신들이 오셨는데 스텝 선생님들이 한 분 한 분을 참으로 따뜻하고 정스럽게 맞이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체온, 혈압, 당뇨 등 기본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관리 조언도 해주셨다.

  
첫 시간 ‘원예 치료’ 프로그램에서는 각종 허브 식물 화분을 돌려가며 향을 음미하고, 작은 병에 로즈마리 허브 식초를 만들어 담고 라벨까지 예쁘게 붙였으며, 숙면을 도와주는 라벤더 허브 꾸러미도 만들어 집에 가져가도록 해주셨다. 
  
두 번째 시간인 ‘소리수업’에서는 경기민요 진도아리랑을 배웠다. 예쁜 강사선생님이 어찌나 흥겹게 노래와 울동을 잘 가르치시던지 참가자 어르신도 보호자도 스텝진도 모두가 신이 나서 따라 하였다. 강사님 지시대로 열심히 따라 하던 어머니 마음도 아마 이 시간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소감이 어땠는지 여쭤보자 어머니는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가볼 만 하더라고 좀 소극적으로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 다음 8월에 민화 ‘닭’도 그리시고, 민요 부르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 귀가하는 길에는 왜 한 달에 한 번만 하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간식 시간에 옆자리에 앉으신 짝꿍 어르신과 담소도 잘 나누시고, 참가하신 다른 어르신들께도 관심을 갖고 집에 와서 얘기하시는 것을 듣노라니 어머니가 데이케어 프로그램에 상당히 재미를 느끼신 듯 하다.

   날씨가 선선해진 9월부터는 고맙게도 프로그램이 한 달에 두 번씩 마련되었다. 어머니는 전날이면 꼭 목욕을 하시고, 내가 재촉할 필요도 없이 아침 일찍부터 스스로 외출 채비를 잘 하신다.일제 강점기 때 초등 교육을 받은 후 제도권 교육의 경험이 거의 없이 평생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하셨던 어머니는 미니데이케어 프로그램에서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신 듯하다.
   옛이야기를 통한 인지프로그램이나 치매 예방 프로그램, 윷놀이 등 각종 전래놀이와 진흙으로 항아리와 송편 만들기, 한지로 민화 연꽃 액자 만들기, 십장생 병풍 만들기 등 창의프로그램이 매우 새롭고 흥미진진 하신 모양이다.
  
바나나 껍질로 그림 그리기를 배운 며칠 후에 내가 마트에서 바나나를 사 왔다. 한 개 까 드리며 다 드신 후에 달력 뒷장에 복습을 해보시라 권했더니 바나나 껍질을 잘게 찢어서 프로그램 시간 때보다 더 예쁘고 균형감 있게 꽃 모양을 잘 만들어 놓으셨다.
   그 바나나 그림을 한동안 거실에 전시해두었더니 가족들이 올 때마다 참 잘 만드셨다고 칭찬해드린다. 어머니도 어깨가 으쓱, 기분 좋아하시며 한결 밝아지시는 것 같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도 미니데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같이 참가하며 뒤에서 어머니 하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다. 집에서와는 또다른 어머니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눈도 어둡고 손놀림도 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사님 말씀을 놓치거나 지시에 못 따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88세 어머니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업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거나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자존심 센 어머니는 웬만한 것들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하시려고 하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 다른 어르신 작품을 곁눈질하며 더 잘 만들어보시려고 은근히 경쟁심을 드러내실 때도 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심신이 아직 건재하다는것이 입증되는 듯해 감사하다.

   프로그램이 있는 날마다 항상 스텝분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직접 만드신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주시는데 보호자로 따라간 나까지 챙겨주시니 참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11월 첫 데이케어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참가하신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말씀을 하셨다. 짝꿍 할머니가 불참하신 날에는 왜 안나오시는지 몇 번이나 물어보며 궁금해 하셨었다.

   
자식과 손주들 외에는 타인에게 별 관심도 없으시고 TV 뉴스도 잘 안보시며 고립과 고독 속에서 혼자 노환의 고통을 인내하셔야만 했던 어머니에게 이러한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미니데이케어 프로그램이 선사해주신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선물로 여겨진다. 내년에도 이 좋은 프로그램이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진행되고, 훨씬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서 좋은 시간과 경험을 나누시기를 진정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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