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사랑방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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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사랑방을 마무리 하며!

윤남선(여우) | 2018.12.08 01:25 | 조회 1170

육아 사랑방을 마무리 하고 벌써 한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무리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육아 사랑방도 끝났고 한해를 정리하는 12월이 임박했음을 실감 했습니다. 첫 육아 사랑방 진행 이었습니다. 지원금도 두둑히 받아서 음식을 만들어서 육아방 부모님들과 맛나게 먹어 행복하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고, 때로는 한잔의 커피에.. 나눔해주시는 유기농 감자한알에... 직접 담근 레몬차에..감사함을 전해주는 마음마음에감동 하기도 했습니다.  육아 사랑방은 서로 정을 나누고 교감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던 한해 였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을 씁니다.


2018년 7기 육아 사랑방에는 특별한 가족이 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하는 마데와 교! 육아 사랑방에 언제나 아빠, 엄마, 아가 세분이 함께 참석해 주시고 육아 사랑방 전회차를 100%의 출석률(휴가중.. 멀리 계시다가도 둘째... 넷째 화요일이 되면 육아사랑방 참석해주셨던 멋진 가족들!!)  아빠 육아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십니다.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고, 마지막 설문조사에서 구글 설문지가 아닌 직접 적어 주신 후기 입니다. 앞으로 육아 사랑방에 엄마뿐 아니라 육아 휴직을 당당하게 받으시고 참여 해주시는 아빠들의 후기가 많아 지길 기대 하며 후기를 공유 합니다. ^^


<울림두레생협육아사랑방 리뷰_서한영교> 


1.어떤 경로로 참여 하게 되었나요?


 대체로 별 문제없이 살았다. 밤늦게까지 산책을 하고 새벽에 여유 있게 차를 즐겨마셨다. 그 전까지는. 대체로 별 문제없이 지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면서 별 문제없었다. 그 전까지는. 대체로 편하게 살았다. 타인에 대해서 적당히 냉소하고 무관심했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아이가 나오고 난 뒤로 내가 누렸던 시간의 형식들이 뒤틀렸고, 시간의 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새벽에 몇 번씩 깨어 아가를 돌보느라 차 한 잔의 여유는 고사하고 쪽잠 잘 시간도 부족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기저귀가방에 도시락가방에 유모차까지 이끌고 가려니 양손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유모차를 끌면서 온 사방에 문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당에 가서 아이가 칭얼거리고 음식물을 바닥에 집어 던질 때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다 나에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세계를 만나는 국면은 난감함의 연속이었다. 
 

애나 보는 남자라면서 한심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고, 능력도 실력이 없으니 애나 보고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아이 키우는 게 무슨 대수라며 지하철에서 유모차양보를 받지 못했고, 식당에서 아이를 좀 조용히 시키거나 데리고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언제나 부족하다는 결핍감과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도와주거나 지지하는 이들은 무척 적고, 어서 직장에 복귀하라고, 집에서 도망 나오라는 조언해주는 남성들이 훨씬 많았다. 비빌 언덕이 필요했다. 기댈 구석이 필요했다. 


2.육아 사랑방을 신청할 때 기대 했던 점은?


 그러던 중 울림두레생협육아방을 알게 되었고, 한 치에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조합원이었던 탓에 더욱더 신뢰가 갔다. 2018년 5월 15일 화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장소로 향했다. 스무 명쯤 되는 엄마들이 아가들과 함께 첫 모임이 시작되었다. 아빠는 나 혼자라 , 나로 인해서 누군가 불편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가 있을 수도 있고, 아저씨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내가 생각치도 못할 어떤 미묘한 부분에서 방해는 되지 않을까, 조심조심했다. 나의 우려가 무색하게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아가들 이름을 하나씩 외워가면서, 다른 엄마들과 육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엄마들의 한 사람이 되어갔다.


3. 육아 사랑방은 생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다양한 육아 방식을 알려드리고, 마을의 여러 공간과 사람들을 알리고 연결해 주는역활 을 하고 싶었습니다. 참여 했던 강좌 중 다른 분께 추천하고 싶은 강좌는?


준비된 강의들은 대체로 훌륭했다. 아가들은 막무가내였지만 강사들은 이미 익숙한 듯 돌발 상황에도 능숙하게 대처하였다. 돌봄 선생님들이 아가들을 돌봐주시니 잠깐씩 아가들에게 눈길을 거두어도 괜찮았다. 강의 주제들은 GMO식품, 항생제, 환경호르몬 같은 주제들은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신경써야 할 사회적 주제들을 다루었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무시무시한 사례들이 있어서 이 잔인한 시대에 주눅이 들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 어떤 국면을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위험사회

속에서 정부 정책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 서비스 시장을 신뢰하기도 어려우면서 각자 대처해야 할 위험들이 돌봄을 전격적으로 위협한다. 위험사회 속에서 무엇이 우리 삶을 보이지 않게 침범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전래놀이, 노래 만들기 워크숍은 자연스럽게 엄마들을 가깝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육아정보의 전문화와 돌봄의 서비스시장화로 육아당사자인 엄마들이 과도하게 학습해야 하고 선택 및 판단의 몫이 복잡해지면서 아이들과의 놀이/지능/학습/발달의 문제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함께 어울려 놀이 할 수 있는 시간은 여러모로 좋았다.
 특히, 나는 엄마들끼리 하는 품앗이수다가 좋았다. 그 다정함이 좋았다. 각자 읽어주는 그림책을 가져와 읽어주거나, 집에서 하는 놀이를 같이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들 말이다. 함께 성미산 마을 산책을 가고, 하늘공원에 소풍을 다니면서 사회적 관계의 회복을 위한 길은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손길, 서로를 향한 발길, 서로 주고받는 눈길 속에서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신뢰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에서 안정감 있게 상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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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움직였다면 보이지 않는 가슴(The invisible heart)이 그곳에는 있었다. 서로의 아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마주치고,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 보이지 않는 품은 그렇게 있었다. 아이가 먹은 음식물을 갑자기 토하면 곁에 있던 엄마들이 얼른 물티슈를 뽑아 그 자리를 정리하기도 하고, 서로의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손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모든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와 맥락 속에서 구성되는 것인데, 단독엄마에서 엄마-들의 정체성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육아사랑방 같이 느슨한 돌봄 공동체를 통해 상호관계망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육아사랑방을 그 보이지 않는 품들이만들어낸 무늬가 있었다. 인류학자 조한혜정 선생님은 제3의 커뮤니티라는 말씀을 자주하시곤 한다. 가족, 친구가 아닌 제3의 커뮤니티 말이다. 그 제3의 커뮤니티와의 접속을 통해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 점에서 울림두레생협육아

사랑방은 나에게 아이와 육아와 관련해서 든든한 제3의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지방에 있다가도올라왔고, 약속을 잡아야 하면 그 날은 일단 빼고 잡았다. 우리 집사람(엄마, 아빠, 아가 모두를 우리는 집사람이라고 부름)들은“왜 매주 하지 않는거야?”라고 투덜(ㅋㅋ)거리며 매주 즐겁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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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사랑방 모임이 끝나갈 때 쯤, 엄마들 무리와 함께 이야기 나누다가 “저는 조깅을 즐겨해요. 한 시간쯤 뛰고 오면 좀 살 것 같더라고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한 엄마가 말했다. “그럼 애는 어떻게 하고요?” 나는 무턱대고 기뻤다. 이 엄마가 나를 남성-엄마로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성인 나에게 아무도 그렇게 묻지 않는다. 애는 어떻게 하고 나왔냐? 애는 누가 돌보고 있냐? 같은 질문 말이다. 여성들은 수도 없이 듣는 질문이지만 남성인 내게는 주로 “애는 잘 크지?” 정도가 전부였다. 이런 질문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지만, 누군가 나에게도 이런 질문을 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나 돌보는 남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애를 돌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인식해주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게 덜컥 좋아서 그날 밤 오랜만에 “이 곳은 유일하게 나를 남성-엄마로 이해해주는 곳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긴 일기를 썼다. 쓰면서 혼자 한참을 실실 웃었다.



+
육아사랑방이 마무리 하면서 단연코, 고마운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육아사랑방의 활동가 여우는 육아사랑방을 이끄는 탁월한 사람이었다. 어색해질 수 있는 품앗이 수다를 탁월하게 이끌어주었고, 엄마들을 배려하면서 한 단어, 한 마디, 한 문장을 사용하면서 존중받는 느낌은 전달할 섬세한 문장을 세공할 줄 아는 활동가였다. 어느 지역 속담 중에 아이를 키우다 잘 모르겠거든 아이 셋을 키운 엄마의 말을 따르라, 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혹 가볍게, 흘리면서 했던 여우의 말들이 나의 생각 속에 제법 많이 스며들었다. 가령,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다가 나중에는 아이가 엄마를 키운다는 말, 지나가지 않을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불쑥 커있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다는 말 같은 말들.  도시락을 싸고, 공간을 정돈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의 표정과 시간의 표정을 돌봄활동보조 선생님 두 분과 함께 다사롭게 만들어주었다.큰 감사를 보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파를 걸고, 꼭 감사하다.



첫 진행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음에도 따스한 말로 보듬어 주신 말씀들.. 잊지 않겠습니다. ㅠ

길지만 마지막 까지 읽어 주신 분들에게 큰 웃음을 주신 작가님!!!(교의 직업 이십니다.)

귀중한 양파를 걸고 감사함을 표해 주셔서 더욱더 믿음이 갑니다. ^^




서너달 전쯤 서울 문화 진흥원에서 한 인터뷰 라고 합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교가 나옵니다.

아빠 육아를 응원하며... !! 짧지만 내용은 알차네요!!


 https://youtu.be/rsTkGMcKAHE  <----클릭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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