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생육아방은 울림두레생협과 개똥이네문화놀이터라는 지역의 안정적인 조직의 협력과 지지를 받으며 모임을 꾸려갔다. 울림두레생협 육아사랑방이 없어지고 시작한 생생육아방 2년차, 코로나도 2년차. 모임을 이어가기 무척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으로 든든한 연대를 느낀, 육아방의 필요를 더욱 확인한 한해였다. 아이와 엄마를 환대하는 동네책방에서 모이고, 오랫동안 마을 아이들을 돌봐온 돌봄선생님이 함께 했다. 전쟁통 같은 육아 속 따뜻한 밥 한끼 ‘생존요리‘를 이어갔고, 말놀이를 배워 익히며 모임을 열었다. 책모임, 온라인 강의, 지역예술인과 함께하는 우드카빙, 훌라 나들이, 생협 위원회를 통해 육아선배들을 만나며, 모임 구성원들의 요구와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모임의 형태를 모색하였다.

사실, 프로그램이 뭣이 중헌디. 모이기만 해도 좋고, 함께 밥 먹으며 친해지는건데,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밥은커녕 모임이 취소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힘든 때일수록, 더욱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고 돌보는 마음과 손길이 곳곳에 있었다.

작년 참가자들이 아이 없이 놀러와 어린 아기들을 안아주고 돌봐주던 손길, 해질녁 노을 사진을 함께 보자고 단체방에 올려주던 마음, “여기 우리집 오는 길이야, 기억해둬“ 언제든 놀러오라 내어주는 넉넉한 품, ”육아방 없어지면 안돼! 내가 완전 응원해!“ 동네 육아선배의 응원의 한마디... 이런 마음들이 육아방을 이어가게 하는게 아닐까. 올 한해 생생육아방은 모임을 위한 모임이라기보다, 그 존재만으로 힘을 주는 곳 같았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어린 아기와 양육주체가 갈 곳도, 이야기할 곳도, 돌봄받을 곳도 정말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지.

생생육아방은 아이를 돌보며 필요한 양육정보도 나누고 배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주체인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육주체가 고립되고 단절되지 않도록, 돌봄노동이 한 사람에게 치우쳐 지치지 않도록, 앞으로도 마을 안에서 다양한 단위와 육아선배들을 만나며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공동육아의 힘과 가치를 경험해 갈 계획이다.